얀센이 반환한 한미약품 신약물질, MSD가 1조원에 사들인 이유
온전한 치료제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시장 전망 밝아
MSD측 "얀센이 완료한 임상2상서도 임상적 근거 제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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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한미약품이 지난 4일 다국적제약사 MSD(미국 머크)와 자체 신약물질에 대한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 계약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 신약은 지난 2015년 11월 당뇨 동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1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가 지난해 7월 반환된 물질이다.
갑작스러운 반환으로 당시 약물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부 일었지만, 이번에 비슷한 규모인 1조원대 규모로 이 약물을 사들인 MSD의 행보가 관련 논란을 일단 불식시켰다는 해석이다.
한미약품은 MSD에 자사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바이오 신약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LAPS GLP/Glucagon receptor dual agonist)'를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이 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000만달러이다. 이 약물의 일반명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이며, 코드명은 'HM12525A'다.
MSD는 이번 계약에 따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및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000만달러를 우선 받는다. 앞으로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를 차례대로 성공할 경우 최대 8억6000만 달러를 순차적으로 수령하게 된다. 제품 출시 후에는 매출 대비 두 자릿 수 비율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얀센 '숙고' MSD '가치 발견'…비만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신약물질로 전환
얀센은 앞서 이 약물이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 혈당조절 수준이 내부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모든 권한을 한미약품에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수출이 이뤄진지 약 3년8개월만이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총 규모인 9억1500만달러 중 계약금 1억500만달러만 받았다.
MSD는 이 약물을 다른 질환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사들였다. 지방간염은 크게 구분하면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염과 이른바 많이 먹어서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나뉜다. 따라서 비만환자를 치료한다는 점에서 얀센의 당초 개발 목표와 공통분모를 갖는 셈이다.
이 약물은 구체적으로 체내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기전을 갖는다. 한미약품이 보유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돼 약효 지속력을 키웠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아직까지 온전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과 이 약물이 앞서 얀센이 완료한 임상2상에서 안전성 등이 확인된 부분 등이 MSD로부터 환심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치료효과도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는 평가였다. 얀센은 한미약품에 이 약물을 반환할 당시 "임상2상 결과 1차 평가지표였던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으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알린 것으로 한미약품측이 밝힌 바 있다.
◇MSD측 "NASH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임상적 근거 제시"
MSD는 이번에 기술도입한 이 신약물질에 대해 임상2상부터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1상은 주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완료된 상태이고, 임상2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이번엔 목표 치료 질환이 달라서다. 임상은 디자인을 어떻게 짜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샘 엥겔 MSD 임상 연구센터 당뇨/내분비내과 총괄(박사)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2상 데이터는 이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로서 개발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MSD는 물질 개발을 계속하며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이라는 우리의 사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비만당뇨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NASH를 포함한 만성 대사성질환 치료제로 확대 개발될 가능성을 인정받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 사장은 “대사질환 영역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MSD와 함께 혁신적인 NASH 치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故)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신약개발을 위한 R&D를 중단없이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lys@news1.kr
얀센이 반환한 한미약품 신약물질, MSD가 1조원에 사들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