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사명단 확인한 尹 “신문에 나면 보겠다… 들고 나가라”

인사명단 확인한 尹 “신문에 나면 보겠다… 들고 나가라”

윤석열 검찰총장. 김지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법무부로부터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최종 인사 명단을 전달받은 뒤 다 읽지도 않고 “신문에 나오면 보겠다”며 서류를 덮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간부급 주요 보직에 대해 본인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아쉬움 섞인 반응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지난 주말쯤 윤 총장에게 대검찰청 및 서울중앙지검 주요 보직에 관해 의견을 물었고, 윤 총장도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었다고 한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받은 인사 서류 앞부분만 일별한 뒤 도중에 덮고 “신문에 나오면 보겠다” “들고 나가라”고 말했다. 그가 읽은 서류 앞부분에는 대검 주요 보직자들의 전입 전출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제시한 의견이 끝내 여러 보직에 반영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곤 서류를 끝까지 읽지도 않은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중이 고려되지 않는 일은 지난 1월부터 계속돼 왔다.

이날 단행된 인사에 그간 잦았던 정권 수사 검사들의 좌천과 같은 노골적인 메시지는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일부 간부의 행선지를 놓고 뒷말이 없지도 않았다. 윤 총장이 정치권 및 법무부와 대립할 때 윤 총장 편에 섰던 이들의 경우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총장과 긴밀히 호흡했다 지난겨울 지방 지청장으로 옮겼던 몇몇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는데, 의도적으로 인사에서 배제됐다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의 ‘입’ 역할을 한 권순정 대변인의 경우 전주지검 차장으로 이동하는데, 전주지검은 비교적 작은 검찰청으로 분류된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부장검사직이긴 하지만 ‘하방’인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박 과장은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었다.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이동하게 됐다는 식으로 우회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간부도 있었다.

지난 1월 ‘대학살’로 회자된 검찰 인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을 떠나 지방으로 향했던 이들은 모두 이번 인사에 이름이 없었다.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한석리 대구서부지청장은 기존의 근무지를 떠나지 않게 됐다. 법조계는 이들과 함께 윤 총장의 취임 철학을 함께 손질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이 유임된 점을 의미 있게 보는 분위기다. 한 전직 검사는 “의도적인 배제는 치욕이라고도 본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에서 소신 있는 태도를 취했던 이들이 또다시 이동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박재억 포항지청장과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모두 인권감독관이라는 새 보직을 받아들었다. 둘은 법무부를 떠나서도 검찰 개혁과 관련한 소신 발언을 해온 이들로 꼽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만족할 만한 인사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근무 인연이 있던 이들 일부는 전진배치됐다. 이 같은 평가는 주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신임 차장검사들을 놓고 이뤄졌다. 4차장에서 이동하는 김욱준 신임 1차장은 애초부터 이 지검장의 ‘브레인’으로 통했다. 법무부 대변인 출신인 구자현 신임 3차장, 의정부지검에서 이동하는 최성필 신임 2차장도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독직폭행 논란 속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

인사명단 확인한 尹 “신문에 나면 보겠다… 들고 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