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원자재 '탈중국'… 정부, 터키·인도産 MB필터 샘플검사
조선비즈
터키, 이스라엘, 인도 등 5개국 7개 필터 제조사 샘플 받아
산업용 필터까지 마스크용 필터로 전용(轉用)할지 고민 중
정부가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멜트블로운(MB)필터를 중국 외 국가에서 공급받아 샘플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MB필터는 마스크의 차단효과를 위해 필수적인 원자재다. 국내 마스크 제조사는 국내산 필터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고, 수입처는 중국(전체 비중의 약 16%)이 유일하다. 최근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MB필터도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국, 인도, 터키 등 5개국에서 MB필터 샘플을 가져와 마스크제조업체와 함께 해당 MB필터를 국내 마스크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중국산에 의존하던 MB필터의 공급선을 다변화해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8일 오후 서울 신촌 인근의 한 약국이 공적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다./김지호 기자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독일, 인도, 터키, 이스라엘 등 5개국 7개 제조사에서 샘플을 들여왔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 마스크 스펙(규격)에 맞는 필터가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샘플을 마스크제조사의 연구실에 보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미국, 독일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인도나 터키 제조사에서까지 MB필터 샘플을 가져온 것은 MB필터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MB필터는 부직포를 원단으로 하며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구매하는 마스크에 적힌 ‘코리아필터(KF)’가 MB필터의 입자차단 성능을 의미하며 이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성이 높다.
웰크론, 이앤에치 등 국내 마스크 제조사는 대부분 중국산 MB필터를 사용해 왔는데 중국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 자국 내 수요가 늘자 국내로 공급되는 물량이 줄었다. 마스크제조업계에 따르면 MB필터 가격은 ㎏당 2만원에서 최근 4만원 대로 올랐다. 이렇게 공급이 달리자 정부는 MB필터 물량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3일 MB필터 생산업체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가능하면 더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5개국에서 들여온 MB필터가 국내 마스크 생산 규격에 적합하느냐 여부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외) 수입처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마스크용 MB필터는 NaCl(염화나트륨)용액과 파라핀 용액을 투과했을 때 최소 95%이상, 이상적인 것은 99.99%이상 투과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고품질의 MB필터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중국 외 국가에서 들여온 MB필터가 이런 수준의 여과율 규격을 맞추지 못할 경우 국내 마스크 제조에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산업용 필터를 마스크용 MB필터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차량용 배기가스 등을 걸려주는 필터나 공장에서 사용하는 필터를 마스크용 필터로 전용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MB필터 공급을 최대한 빨리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산이나 국산 외의) MB필터를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 원자재 '탈중국'… 정부, 터키·인도産 MB필터 샘플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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