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계몽군주 같다” 치켜세운 유시민… 온 나라가 발칵_유시민, 2년 전 대기업 2·3세와 비교하며 "혁신가"
국민이 北 총탄에 숨졌는데… 이틀째 논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해양수산부 40대 공무원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과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계몽군주’ 같다고 발언해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만행’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이번 행태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했다고 계몽군주라고 치켜세운 셈이라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온라인 공간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26일 야권 인사들은 앞다퉈 유 이사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이라며 “유 이사장이 김정은의 계몽군주화를 기대하는 건 자유지만, 현실은 똑바로 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 형을 독살하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고 훼손했다”면서 “수령(김 위원장)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감읍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정은이 계몽군주의 길을 가길 바란다면 (김 위원장의) 만행을 규탄하고, 똑부러지게 혼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유 이사장의 발언을 겨냥,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김정은은 계몽군주니, 긍정적 대화 신호가 보이느니, 매우 이례적인 표현이니’와 같은 북측 입장을 대변하는 언행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 눈을 감은 한심한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관련 기사 댓글란 등도 유 이사장의 발언 논란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본지가 해당 토론회 내용을 보도한 한 포털의 기사엔 “자기 가족이 죽음을 당해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거나 “이젠 아주 대놓고 군주라고 하느냐” 같은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계몽군주라는 단어가 실시간검색어 최상위권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25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 참석자들. 연합뉴스 |
전날 유 이사장은 토론회 도중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며 “그 이면에 세계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니냐(하는 질문을 받는데), 제 느낌엔 계몽군주 같다”고 덧붙였다. 함께 토론회에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김 위원장에 대해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고 거들었다.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라는 표현을 꺼내기 전엔 “예전에 이 말(계몽군주)을 했다가 욕 먹었다”며 “저를 ‘종북’, ‘북한 대변인’이라 하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해상에서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우리 군 당국에게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22일 오후 A씨에게 접근했다가 이후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북한은 부유물이라고 주장)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보 당국은 감청 첩보를 토대로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밝힌 반면,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씨를 ‘침입자’로 규정하며 그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통지문엔 김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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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계몽군주" 반색한 유시민, 2년 전 대기업 2·3세와 비교하며 "혁신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연합뉴스
[서울경제]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을 항해 중인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40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온 것을 두고 “희소식”이라면서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언급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년 전에는 김 위원장을 향해 “혁신가”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8년 7월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주포럼 강연에 나와 김 위원장을 국내 대기업 2·3세 경영자와 비교하면서 ‘혁신가’라고 말했다.
당시 유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절대권력을 다르게 써서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가”라면서 “그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할아버지, 아버지보다 더 혁신하려는 (국내 대기업의) 2·3세 경영자가 얼마나 되는가”라고 물은 뒤 “북한은 체제 전환을 할 수밖에 없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유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어서 (체제 전환을)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30~40년간 절대권력을 누려야 하는데, 나라 안에서는 왕 노릇을 하지만 정상국가 수반의 혜택을 못 누린 채 산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닌 거냐 한다”면서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이같은 유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는 맹공을 퍼부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침묵하고 대통령의 ‘분신’들이 요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아 주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이 총살당하고 방화당한 끔찍한 사건을 얼버무리기 위해 해괴한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며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칭송하면서 독재자의 친구, 폭정의 방관자로 나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 원내대표는 “유시민류 좌파들의 논리라면 ‘김정은이 이 정도 도발한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나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유 이사장의 공감 회로가 고장 난 듯하다”면서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공감해야 할 것은 김정은의 사과 이전에 우리 국민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북한의 도발에 두려워하는 대한민국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사과 한마디에 ‘이례적’ ‘희소식’ ‘계몽군주’ ‘통 큰 측면’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여당을 향해 “상갓집 상주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대한민국 기득권인 여당 측은 가해자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간인 사살행위는 전시에도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인데 이런 범죄자에 대해 ‘계몽군주’라느니 ‘이례적’이라느니 호들갑 떠는 이 썩어빠진 굴북(屈北) 세력들의 정신승리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사람 죽여놓고 시신을 불에 태우는 만행을 저질러도 ‘유감이다, 미안하다’고 말만 하면 징역을 살기는커녕 훌륭한 ‘계몽시민’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올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은 계몽군주, 남한은 혼군(昏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뜻)’이라는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유 이사장을 정조준했다.
또 이른바 ‘시무 7조’라는 상소문 형태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화제가 된 ‘진인(塵人) 조은산(필명)’은 자신의 블로그에 “계간(鷄姦·동성애) 군주와 북에서 상봉해 한바탕 물고 빨고 비벼댈 마음에 오타라도 낸 건 아닌가 싶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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